내 연봉이 올랐는데도 동료보다 적게 받으면 직장 만족도는 더 낮았다

월급이 오르면 일에 대한 만족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 같습니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커졌으니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기쁨은 때때로 동료의 연봉을 알게 된 순간 사라집니다. 내 수입은 그대로인데도 갑자기 덜 받은 것 같고, 회사가 나를 낮게 평가한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바뀐 것은 월급이 아니라 비교의 기준입니다.
우리는 월급에서 위치를 읽습니다

경제학자 앤드루 클라크와 앤드루 오즈월드의 연구는 직장 만족도가 절대적인 소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소득이 높아져도 비교 대상보다 적게 받으면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급여명세서에서 금액만 읽지 않습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와 나란히 놓고 자신의 위치, 인정의 정도,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해석합니다. 연봉은 생활에 필요한 돈인 동시에 조직 안에서 나의 순위를 알려주는 신호가 됩니다.
그래서 인상된 연봉도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면 성취보다 손실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 형편이 나빠진 것은 아니지만, 더 받아야 마땅하다는 판단이 생긴 뒤에는 오른 금액보다 남아 있는 격차가 먼저 보입니다.
비교에는 결승선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더 벌어 비교 상대를 앞서면 불안이 끝날까요. 한동안은 안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을 넘어선 자리에서는 더 높은 연봉, 더 좋은 직장, 더 큰 집을 가진 사람이 새롭게 눈에 들어옵니다.
비교는 기준을 고정해 두지 않습니다. 친구의 이직 소식을 들으면 만족스럽던 일이 초라해지고, 동기의 집을 보고 돌아오면 괜찮았던 내 방이 작아 보입니다. 삶의 조건이 갑자기 나빠진 것이 아니라 나를 평가하는 눈금이 이동한 것입니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런 불안을 단순한 욕심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사랑받고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지위 경쟁과 만나면, 타인의 성취는 축하할 일이면서 동시에 내 가치가 부족하다는 증거처럼 다가옵니다.
내 삶의 기준을 되찾는 질문

윌리엄 제임스는 자존감을 성공과 기대의 관계로 설명했습니다. 성취가 늘어도 기대가 더 빠르게 커지면 자신을 충분하다고 느끼기 어렵습니다. 비교 대상이 높아질수록 목표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바라보는 기준도 가혹해집니다.
비교를 완전히 멈추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 좇는 기준이 정말 내가 선택한 것인지는 물을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돈을 원하는 이유가 생활의 필요 때문인지, 뒤처졌다는 감각을 지우기 위해서인지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연봉의 액수와 나의 가치를 분리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타인의 결과를 빌려 자신을 채점하는 대신, 어떤 일을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고 싶은지, 무엇을 충분함의 기준으로 삼을지 스스로 정할 때 비교는 명령이 아니라 참고가 됩니다.

불안 · 알랭 드 보통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지위와 인정에 대한 갈망이 어떻게 일상의 불안으로 이어지는지 추적합니다. 철학과 예술, 역사를 오가며 우리가 타인의 성공을 자신의 실패처럼 받아들이는 배경을 차분하게 살펴봅니다.
이 책은 경쟁에서 이기는 요령보다 무엇이 우리를 끊임없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하는지 묻습니다. 남보다 앞서는 삶과 내가 납득하는 삶 사이에서 기준을 다시 세우고 싶을 때 생각의 출발점이 되어주는 사회비평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