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커플도 갈등의 69%를 평생 해결하지 못한다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싸울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습니다. 같은 문제로 다시 다투면 둘 중 하나가 잘못됐거나, 애초에 맞지 않는 관계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래가는 관계에도 풀리지 않는 문제는 남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갈등을 없애는 능력이 아니라, 해결되지 않은 갈등 속에서도 서로를 적으로 만들지 않는 기술입니다.
왜 같은 문제로 다시 싸울까요

존 가트맨 연구팀은 부부 갈등의 약 69%를 계속 남는 문제로 보았습니다. 워싱턴대의 종단 연구는 《Journal of Family Psychology》에도 발표됐습니다. 행복한 부부라고 해서 모든 의견 차이에 명쾌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는 그 아래에 쉽게 바뀌지 않는 성격과 삶의 방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는 시도는 때로 상대의 중요한 일부를 고치려는 압박으로 바뀝니다.

한 사람은 돈을 모아야 마음이 편하고, 다른 사람은 적절히 써야 삶을 누린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지출 금액을 둘러싼 싸움이지만, 안쪽에는 서로 다른 안전감과 삶의 기준이 놓여 있습니다.
연락 빈도와 약속 시간, 집안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표면의 쟁점만 놓고 누가 옳은지 따지면 결론은 잠시 날 수 있어도 갈등을 만든 근원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이 오면 같은 감정이 되살아납니다.
해결보다 먼저 필요한 질문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두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이별이나 인내뿐인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남아 있어도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바꿀 수 있습니다. 공격과 방어가 시작되기 전에 상대를 향한 호기심을 꺼내는 것입니다.
“왜 이것이 당신에게 그렇게 중요한가요?”라는 질문은 논쟁의 방향을 바꿉니다. 설득할 근거를 찾는 대신 상대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어떤 삶을 바라는지 듣게 합니다. 승리가 목표였던 대화가 이해를 위한 대화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해한다고 해서 곧바로 의견이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대의 행동을 무책임함이나 무관심으로 단정하던 자리에는 맥락이 생깁니다. 합의할 수 있는 범위와 계속 조율해야 할 차이도 더 선명해집니다.
좋은 관계는 갈등이 없는 관계가 아니라 갈등 뒤에도 다시 대화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같은 문제로 또 싸웠다는 사실보다, 상처를 키우지 않고 서로에게 돌아오는 방식이 관계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 · 존 가트맨·낸 실버
《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는 세계적인 부부 연구자 존 가트맨이 낸 실버와 함께 쓴 대표작입니다. 수십 년간 부부를 관찰한 연구를 바탕으로 관계를 무너뜨리는 대화 방식과 오래가는 부부의 원칙을 설명합니다.
이 책은 갈등을 모두 없애겠다고 약속하지 않습니다. 대신 영원히 남을 수 있는 문제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상대의 꿈과 두려움을 듣고 대화를 이어가는 현실적인 관계의 기술을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