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간 깨어 있으면 0.05% 음주 상태와 수행 능력이 같아진다

잠을 줄이면 하루를 더 길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시험과 발표, 마감이 겹치는 20대에게 밤샘은 때로 성실함의 증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깨어 있는 시간과 제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같지 않습니다. 수면을 미뤄 확보한 몇 시간이 오히려 남은 시간의 밀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깨어 있는 뇌가 놓치는 것

도슨과 리드가 산업의학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7시간 연속으로 깨어 있을 때의 수행 능력은 혈중알코올농도 0.05% 상태와 비슷해집니다. 눈을 뜨고 있다는 사실이 온전한 판단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피로가 쌓이면 정보 처리가 느려지고 실수가 늘어납니다. 더 까다로운 문제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차리는 능력까지 흐려진다는 점입니다. 취한 사람이 취기를 과소평가하듯 지친 뇌도 아직 괜찮다는 판단을 쉽게 믿습니다.
그래서 밤샘 중에는 버틸 만하다고 느끼면서도 같은 문장을 반복해 읽거나 사소한 결정을 오래 붙들게 됩니다. 시간은 늘었지만 그 시간을 다루는 능력은 이미 약해진 셈입니다.
벌었다고 믿은 시간의 청구서

잠을 미룰 때 우리는 대개 오늘 밤의 한 시간만 계산합니다. 그러나 오타를 고치는 시간, 놓친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 예민해진 감정을 수습하는 시간은 계산에서 빠집니다. 밤에 번 시간이 다음 날 여러 조각으로 빠져나갑니다.
시험을 앞두고 한 시간이라도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슈 워커가 설명하듯 수면은 낮에 얻은 정보를 남길 것과 버릴 것으로 나누는 과정에 관여합니다. 잠은 학습이 멈추는 빈칸이 아니라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따라서 잠을 깎아 공부량을 늘렸다고 해서 기억까지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배운 것을 붙잡고, 필요할 때 침착하게 꺼내 쓰는 일에도 수면이 필요합니다.
휴식은 노력의 반대가 아닙니다

잠을 미루는 밤에는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불안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늦었다는 조급함, 오늘 할 일을 끝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침대로 가는 일을 망설이게 합니다.
그러나 수면은 몸과 뇌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닙니다. 기억과 감정을 회복하고 다음 날의 판단력을 준비하는 생명 유지 과정입니다. 휴식은 노력을 포기하는 행동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를 지키는 조건에 가깝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날일수록 필요한 질문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가 아닙니다. 지금의 한 시간을 늘리는 선택이 내일의 집중력과 판단력에서 무엇을 가져갈지 함께 묻는 일입니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매슈 워커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수면이 기억과 감정, 학습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신경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설명합니다. 잠을 남는 시간에 하는 활동이 아니라 삶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밤을 줄여야만 앞으로 갈 수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잠을 시간의 손실이 아닌 내일의 능력을 보존하는 선택으로 다시 보게 합니다.
